일본관련

[스크랩] 인간과 자연을 그린 그림

쫄개 2008. 1. 7. 08:02

 

 

수묵, 인간과 자연을 그리다

 

■기획의도

 

★세계 미술 속에서 당당하게 빛나고 있는 일본의 미술

 

“일본에서 보낸 7년의 유학 기간 동안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일본 전통회화를 보아왔지만, 그것은 한 마디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그네들의 역사가 있고, 사회가 있고, 그것들을 통해 생겨나고 가꾸어진 미의식과 미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7년의 일본 생활은 잘 풀리지 않는 이 실마리와의 악전고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과거의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이곳에서는 여전히 현재형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시간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었다. 일본 그림은 여전히 낯설다는 사실, 일본 그림은 잘 모르긴 해도 같은 동양권 그림이라면 중국의 영향을 받았겠거니 하는 정도로만 치부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거기에는 일본과 얽혀 있는 근대사 문제 따위로 일본이라면 쳐다보기도 싫다는 감정적인 선입견이 있었을 것이다. 또 일본의 고대 문화가 한반도에서 건너간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뿌리 깊은 자긍심이 섞여 있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일본 미술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다.

이 책은 옮긴이가 7년 동안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체험한 일본 미술의 참모습을 제대로 알리고

그와 더불어 우리 미술의 현주소를 짚어보자는 뜻으로 번역되었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미술이 세계의 미술시장에서는 신비한 오리엔탈 미술로 당당하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그 위상이 유럽의 미술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들에서 세계 미술의 하나로 시민권을 획득한 채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 이 책의 내용

 

★ 일본 회화사 전체를 정확하게 간추린 미술 교과서

 

일본의 회화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다양하게 변모해왔다.

중국이나 한국과 유사한 화풍을 보여준 시기도 있었지만 대체로 일본만의 화려한 색채를 유지하며 발전해왔다고도 볼 수 있다. 중국의 수묵화에서 가노파 회화나 남화가 만들어지고 중국식 두루마리 그림에서 에마키 그림으로 발전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이 책은 일본을 대표하는 수묵화의 거장 15인의 삶과 그림을 통해 일본의 회화사 전체를 아우르며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수묵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최고의 수묵화가 셋슈에서부터 먹의 대가라는 분초, 모모야마 시대의 잔영을 이어받아 3백년 동안이나 전성기를 누리며 거대한 장벽화와 화조도를 그렸던 가노파 화가들에 이르기까지 일본 회화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가노파의 아성에 도전하여 자신의 유파를 만든 도하쿠, 남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닭과 꽃을 그려 개성이 더욱 돋보였던 자쿠추나 서양의 정교한 사실적 기법을 동양적인 수묵 처리로 완성한 오쿄, 시민계급의 성장으로 등장한 마치에시(마을화가)였던 소다쓰, 나가사키를 통해 유입된 중국의 명, 청나라 회화에 자극을 받아 생긴 남화(南畵)를 일본화시킨 다이가와 부손, 서양문화에 깊은 영향을 받은 가잔까지 일본의 역사와 언제나 함께 했던 거장들의 생애와 예술을 저자의 전문적인 식견과 유려한 필치로 조명하고 있다.

 

★에도 시대 미술의 주류였던 회화

 

에도 시대 미술의 주류를 이룬 것은 회화였다고 볼 수 있다.

메디치 가문이 오늘의 베네치아를 있게 했듯이 오늘의 일본 미술은 문무를 겸비한 사무라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에도 막부 시대의 장군들은 전투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을 때마다 거대한 절을 짓고 화려한 금분 장식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천황의 거처가 된 세계 최대의 성이라는 에도성이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복도를 걸으면 휘파람 소리가 나게 했다는 니조성,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웠다는 오사카성, 백로성으로 알려진 히메지성 등이 그렇다. 또한 그 장대한 성에 그려진,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그려진 사자가 정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핫포니라미노시시즈(八方睨みの獅子圖)를 비롯한 장벽화와 가노 단유의 소나무 그림, 수많은 후스마, 병풍그림 등이 좋은 예이다.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막부 시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국민의 비율은 70%나 되었다. 국민의 약 10%는 사무라이였는데 이들은 식자(識者)계급이었다. 농·상·공에 종사한 사람도 문자를 알았다. 당시 오사카의 사숙(私塾: 민간인이 운영하던 글방)에서 사용하던 초등교과서는 1만여 종류였다. 그들은 성현의 도를 아는 데서는 모자람이 많았을지 모르지만 글자와 주판을 모르고서는 상점에서 일해도 간부가 될 수 없고, 상선을 타도 선장이 될 수 없었다 막부 시대 무사들이 칼부림이나 하는 무식한 사람들이었다고 여기는 것처럼 일본을 잘못 보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무사가 다스리던 메이지 유신기의 일본 국민들은 양반이 다스리던 조선조의 백성들보다도 문맹률이 훨씬 낮았다. 지방 영주 등 무사들이 남긴 글과 그들의 취향을 보여주는 애장 예술품들이 일본의 지방 박물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수준이 높아 이들이 전인적인 교양인이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곧 사무라이들은 일본을 대표하는 수묵화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훌륭한 패트론이었던 셈이다. 반면 상당수의 작품들이 절의 벽과 문짝에 그려진 것들이라 권력이 몰락하면서 종이와 나무로 완성된 예술품들이 모두 불타버린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에도 시대의 회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에도 시대가 서구의 영향을 받았지만 일본적인 것들의 원류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백만 명에 이르렀던 거대한 도시 에도는 쇄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260여 년간 지속된 막부 체제가 빚어낸 독특한 일본 문화가 존재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회화들은 그 문화와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상징이자 이미지인 셈이다.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통합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문화를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미술책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책의 이해를 돕는 주석을 달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산발적으로 흩어졌거나 잘못 알려진 일본미술사의 핵심을 요약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이며 미술 전공자들에겐 필수적인 자료집이 될 것이다.

 

 

■저자에 대해서

 

고바야시 다다시(小林 忠)

 

1941년 도쿄 출생으로 도쿄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고야대학교 문학부조교수, 도쿄국립박물관 정보조사실장을 역임했다. 탁월한 에도시대의 회화 전문가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등장한 신진학자 그룹의 제2세대에 속하는 대표적인 연구자이다.

특히 연구 내용과 범위가 요즈음처럼 분화되지 않았던 통합연구 학자 세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박학다식한 연구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가노파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화파가 300년 동안 전성기를 구가하며 일본 미술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 폐해를 예리하게 파헤친 논문 ‘가노파-아카데미즘의 功過’는 에도시대 회화사 연구자들의 필독서로 꼽히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 논문이 실린 저서인 <에도 회화사론>은 1983년에 일본 산토리문화재단이 수여하는 그 해의 학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걸출한 이야기꾼인 그의 명문장들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미술사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 방면의 연구 성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어 흥미롭다. 때문에 그의 책들은 미술사 분야의 초급 연구자들이 필독해야 할 첫 번째 책으로 손꼽히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 가쿠슈인대학교 대학원 교수와 지바시박물관관장을 겸하고 있으며 저서로 『수묵화의 계보 1, 2』 『우키요에의 美』등이 있다.

 

■ 옮긴이에 대해서

 

윤철규

 

1957년 경남 진해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문화부 학술담당과 미술 전문기자를 역임했다.

7년 동안 교토의 붓쿄 대학교 대학원과 동경의 가쿠슈인 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회화사를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인문서인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과 <천지가 다정하니 풍월은 끝이 없네> 등이 있다.

현재 (주)서울 옥션의 대표이사이다.

출처 : 행복한 책읽기
글쓴이 : 마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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