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내달 1일까지 전시회 관객들 작품마다 발길 멈춰 "동양화 뿌리 감상하는 기회"
가랑비가 묵직한 철문을 적셨다. 일요일인 18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대문이 활짝 열렸다. 조선의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1843~1897)과 그 제자들의 걸작 100여 점을 모은 《오원 장승업 화파전》이 개막했다.
↑ 왼쪽부터 장승업의〈귀거래도(歸去來圖)〉, <백운청계(白雲淸溪)〉, 〈불수앵무(佛手鸚鵡)〉.
이곳은 1년에 단 두 차례 각각 보름 남짓 일반 관객을 받는다. 비에 젖어 파릇파릇 윤이 나는 나뭇잎 그늘에 고미술 애호가들이 가족 단위로 기다랗게 줄 섰다. 장승업의 〈불수앵무(佛手鸚鵡)〉앞에서 한 젊은이가 조용히 숨을 삼켰다. 열매가 부처님 손처럼 생긴 불수나무에 청록색 앵무새 두 마리가 노란 눈알을 굴리며 앉아있는 그림이다.
〈귀거래도(歸去來圖·고향으로 돌아오는 그림)〉, 〈백운청계(白雲淸溪·흰 구름과 맑은 시내)〉 등 도연명의 시를 주제로 그린 산수화 열 폭 앞에서도 관객은 오래 발을 멈췄다.
간송미술관 최완수(65) 연구실장이 "습기가 자르르 흐르는 듯한 투명한 색채에 주목하라"며 "연습도 없이 일필휘지 내리긋는 필치, 촉촉한 색채감, 중국과 한국 전통을 결합한 독특한 화풍이 장승업의 특징"이라고 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장승업은 가령 독수리를 그릴 때 눈동자 하나 그리느라 종일 끙끙댔다고 합니다. 일단 눈을 그리면 나머지는 순식간이었지요. 천출(賤出)에 무학(無學)이지만 천재였습니다. 10년 전에 본 그림도 척척 그렸지요. 복사기처럼 똑같이 외워서 그리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개성을 물씬 가미해서요."
전문가들은 한국 현대 동양화의 뿌리를 장승업에게서 찾는다. 1894년 도화서가 폐지된 뒤 도화서 화원들이 광통교에 모여 그림을 팔기 시작했다. 장승업도 이곳에 개인 화실을 열었다. 격동의 시대에 사대부는 쇠락하고 상공인은 흥기했다. 신흥부유층인 상공인들이 장승업 그림의 열광적인 컬렉터였다. 장승업은 심전 안중식(1861~1919), 소림 조석진(1853~1920) 등 제자를 길렀다. 훗날 안중식이 청전 이상범(1897~1972)을, 조석진이 심산 노수현(1899~1978)을 길렀다.
이번 전시에 걸린 장승업의 그림은 40여 점이다. 도화서 화원 시절 고종에게 진상한 그림 〈추남극노인〉과 〈춘남극노인〉, 나이 어린 후원자이자 당대의 권력자였던 민영환(1861~1905)에게 그려준 말(馬) 그림 네 폭 병풍 등은 처음 공개된다. 장승업의 작품이 한두 점씩 따로 전시된 적은 있지만 절정기의 걸작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일은 드물다. 장승업과 그 제자들의 그림을 한꺼번에 감상하면서 한국 현대 동양화의 뿌리를 더듬어볼 수 있는 뜻 깊은 전시다. 6월 1일까지. (02)762-0442
<'우리문화' http://cafe.daum.net/munkorea경복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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