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에 비쳐진 신분사회 질서 | ||||||||||||
[토요연재-맛있는 얘기] 양반들의 겨울 별미 : 평양냉면 | ||||||||||||
지금이야 냉면은 여름철 음식으로 시원하게 먹는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냉면은 겨울철 먹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어릴 적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평양냉면을 먹으러 자주 다니곤 하셨다.
지금 그집이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따끈한 아랫목을 가진 방과 수증기 가득한 부엌에서 냉면을 만드시던 할머니의 모습만은 한 폭의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된다.
옛날 엽차를 마시던 갈색 컵에 뽀얗게 우려 나온 메밀 물을 따르고 간장을 쪼금 넣어 호호 불며 마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 그 할머니의 냉면 만드는 방법은 참으로 내게는 신기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가마솥에 물이 펄펄 끓을라치면, 그 위에 나무로 된 국수틀을 얹어놓고, 그 틀에 메밀 반죽을 넣은 후 지렛대 같은 나뭇대를 꾹 눌렀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가느다란 면발이 끝도 없이 끓는 물속으로 들어가 삶아지게 되었다. 어느 정도 면이 익을 때까지 가느다란 나무가지로 휘~휘~ 저어대다 커다란 솥쿠리에 건져내어 어름보다 찬 물에 헹궈내었다.
국수를 담은 그릇에 살얼음 동~동~ 떠있는 육수를 붓고 몇 가지 고명 얹은 후 내 앞에 내온 냉면. 그렇게 뜨거운 온돌방에 엉덩이를 들썩이며, 차디찬 냉면을 먹는 모습이 냉면을 맛보았던 초창기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즉 냉면이라는 음식 하나에 신분사회의 질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던 것이다. 그 비밀은 육수에 있다.
그렇게 냉면은 살얼음이 살~살~ 잡힐 때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으며, 풍족한 재료를 가진 양반들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겨울철 별미였던 것이다.
일반 평민들은 감히 육수를 만들어 냉면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저장해 놓은 동치미 국물을 삶은 메밀국수에 부어 먹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고기 육수로 만들든 동치미 국물로 만들든 취향에 따라 먹는 시대니 냉면에서 이러한 계급문화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로는 '남한 천지에 평양냉면의 맛을 제대로 내는 곳은 이곳 한 곳뿐'이라 설명이 뒤따라 었다. 그 때문에 나도 몇 번이고 그 집을 찾아가곤 했었다.
무엇보다도 면이 중요하다. 평양냉면은 본래 메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끈기가 없으나 그것의 조리방법에 따라 면의 탄력과 감칠 맛이 살아난다.
면은 끓은 물에서 즉석에서 삶아져야 반죽의 습기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으며, 삶은 다음에는 냉수로 급격히 헹궈야 탄력을 가질 수 있다.
서울 시내에 이러한 방법으로 면을 삶아 내는 곳이 많지는 않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예전 '평양면옥'은 확실하게 이러한 방법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이야 재료들이 좋고 첨가 재료들이 발달되어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진짜 사골국물로 만드는 곳은 그리 흔치 않다.
누린내가 없어야 하는 반면 깔끔한 맛을 유지해야만 하는 육수제조 기술은 최고의 기술 중에 하나이다. 항간에 의하면 이 육수제조 기술의 보유자는 그 조리법을 한 명당 2,000만원씩 받고 전수시켜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육수는 냉면의 맛을 좌지우지 하는 항목이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육수의 온도이다. 앞서 말했듯이 살얼음이 잡히는 시점의 온도, 영하 1도~3도의 육수가 냉면의 맛을 가장 잘 살려낸다.
꿩는 그 활동력이 높아 지방질이 거의 없는 육질을 가지고 있고 그 고기를 가지고 만두를 만들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기름을 쭉 뺀 돼지 수육을 새우젖에 찍어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니, 찬 성분의 평양냉면과는 궁합이 잘 맞는 듯 한다. 아쉽게도 꿩만두를 하는 곳은 제주도나 강원도 일부 지방에서 맛 본적이 있으나 서울에서는 기억이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대신 평양냉면집에서 이북식 만두를 함께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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