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여행 이야기>
1. 쫀득쫀득한 겨울 꼬막 맛 - 노량진 순천식당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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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식당에 가는 것 참 싫지요?
조금 예민한 사람은 그거 싫어서 차라리 굶는다고도 하네요. 청승맞아 보인다나 어쩐다나.
그런데 청승이 문제가 아니라 혼자 가면 내 돈 내고도 못사먹는 식당도 많지요. <2인분 이상>. 이 오만한 문구 앞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허나, 이 안습의 상황에서 참 당당한 음식도 있지요. 아니, 오히려 혼자 먹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런 음식 말이죠. 대표적인 것으로 바로 순댓국을 꼽을 수 있겠네요. 학생도, 택시기사도, 셀러리맨도, 씩씩하게 홀로 식당에 들어가 힘차게 외칩니다. 여기 국밥 한 그릇이요!
옳거니, 반주로 시킨 소주 한 병이라면 10년 지기 친구가 부럽잖은 분위기죠?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할 맛집의 주인공은 바로 순대국밥입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양념장 풀고 송송 썬 청양고추 넣은 후 땀 뻘뻘 흘리며 먹으면 뭐 좀 먹은 것 같다고 배 두드릴 수 있는 바로 그 순댓국밥입니다. 돼지머리 걸려있는 시장통 국밥부터 병천, 무봉리 등의 브랜드 걸린 국밥까지 한국인에게 한없이 정겨운 음식, 바로 그 순댓국밥입니다.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순대가 있으니 바로 백암순대입지요. 이름 많이 들어보셨죠? 백암순대. 서울 등 대도시에도 여기저기 이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고 영업을 합니다만 오늘은 진짜 원조 백암순대의 명가를 찾아갑니다. 당연히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 있습니다. 요 작은 읍내에 몇 개의 순댓국밥 집이 있고, 또 저마다 원조라 주장하는 만큼 맛도 비슷하겠지만 기자가 찾은 곳은 제일식당이라는 곳입니다. 백암에서는 나름 지존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그런 집이지요.
백암은 예로부터 순대가 유명했다고 하네요. 조선시대 때는 옆 마을 죽성(현재 안성군 죽산면)이 순대의 고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하고 이후 백암이 그 전통을 이어받아 백암 5일장을 통해 명맥을 유지했다 합니다. 지금도 백암은 용인 최대의 돼지 사육 지역이라지요.
알다시피 순대는 돼지 창자 속에 두부, 숙주나물, 파, 배추, 고기 등의 소를 다져놓고 양끝을 동여매 삶는 음식이지요. 백암 순대는 특히 양배추, 절인 배추, 양파 등 신선한 야채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고요. 일반적으로 순대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 돼지 누린내와 잡내가 거의 없다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참 말 많죠? 네, 바로 시식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국밥을 먹기 전에 순대의 맛을 원형 그대로 느껴보기 위해 백암순대를 1인분 시켜봅니다. 7천 원. 나쁘지 않죠? 속이 꽉 찬 순대는 우선 껍질부터 예사롭지 않네요. 돼지의 작은창자만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데다 그 통통한 생김이 마치 잘 만든 독일 소시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순대와 찰떡 궁합, 새우젓 빠지면 안되죠? 짭짜름한 새우젓에 순대를 살짝 찍어 베어 물면 찹쌀과 선지, 돼지고기와 신선한 야채가 동시에 씹히면서 촉촉한 순대즙이 입안에 퍼져오네요. 오호, 이거 고급스러운 맛이네. 육즙은 소룡포 만두에서만 터져나오는 건줄 알았는데, 순대가 이럴 수도 있네요? 함께 나오는 귓살 등 부대고기도 아주 연하고 쫄깃하며 고소합니다.
이제 국밥 한 그릇 해치워볼까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뚝배기에 김 모락모락거리며 담겨나오는 순대국(5천 원)은 국물이 사골국처럼 맑고 뽀얗습니다. 24시간 가마솥에서 우려낸 국물이라는데 밥이 아예 말아져서 나옵니다. 맑은 국물에 새우젓 간만하고 담백하게 먹는 것도 좋고, 다진 양념을 적당히 풀어 화끈하게 먹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순대, 머리 고기, 내장 등 내용물도 아주 많네요. 반은 맑은 국물로, 반은 양념장을 풀어 먹기로 합니다. 뜨거운 국밥 한 수저를 푹 퍼서, 잘 익은 깍두기를 위태롭게 올려놓고 그대로 입에 넣어봅니다. 아으으으으.
뜨거우면서도시원하고담백하면서도화끈하고개운하면서도진하며밥과순대와고기와깍뚜기가뒤엉켜내란을벌이는, 다시 아으으으으.
그 와중에 딱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계통, 귀족, 품격.
서민음식 순대에 이런 말들이 충분히 부조화하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머리가 아닌 혀가 그렇게 부르짖습니다. 백암순대, 귀족순대라고. 백암순댓국, 품격과 계통을 가진 국밥이라고.
기사쓰고 사진 편집하다 보니 몹시 순대국이 땡겨버렸습니다. 여기서 마감하고 소주에 순댓국 한 그릇 때리러 갑니다. 당근, 소주도 한 병!
기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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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명랑여행 노매드21(www.nomad21.com)
노매드관광청 (tour@nomad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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