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밤늦게 이삿짐 싸고 어제 우중에 이사를 잘 해놓고는 저녁에 드디어 퍼져버렸습니다.
시골에서 오면서 간단히 싱싱한 야채를 얼른 사들고 따로 자가용에 싣고 왔으니 망정이지 안그럼 마트에 갈
힘도 없겠드라구요.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으슬거리고 아프고 머리가 어질어질~~
그래도 뭔가 끓여 먹긴 해야하고 ...
아주 어릴적 계절적으로 이맘때 쯤에 어머니께서는 돌담위로 뻗어 올라간 어린호박잎을 얼른 뜯어다가
밀가루를 타 넣고 끓인 보들보들한 하얗고 파란 호박잎국을 잘 끓여 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먹고 싶드라구요
옆에 누가 있으면 죽이라도 끓여달라 해서 먹고 싶거늘
그래도 이럴땐 고저 밥에 따끈한 국을 끓여서 말아 먹으면 최고인지라 있는 힘을 다해 일어나 긴머리 쓸어올려 묶고는 세수를 하고
밥통에 쌀을 씻고 앉히고, 야채실에 넣어둔 호박잎 몇개를 꺼내 씻고 유년의 기억을 되살려 호박잎국을 끓여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밀가루가 안보이네요
어디로 간거지?
분명 챙겨 넣었는데...
찾던 밀가루는 없고 봉평산 메밀가루가 보이길레 밀가루대신 메밀이면 워뗘`~
몸도 안좋은데 더 좋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메밀가루를 넣고 끓여보고자 시도를 했습니다.
자...
죽을 힘을 다해 아픈몸으로 끓여본 호박잎메밀국입니다.
입맛이 없어 까끌했지만 한그릇 다 비웠어요.. (두끼분 끓였어요)
재료: 호박잎 15장 내외 , 애호박 1/2개, 메밀가루 1컵, 홍고추 1/2개, 멸치육수 적당량, 국간장, 소금
1, 호박잎은 흐르는 물에 잘 씻어요
2, 사진처럼 줄기를 잡고 밖을 향해 꺾어 내리면서 겉껍질을 벗겨 줍니다
안그러면 까끌거려요`~
3, 겉껍질을 다 벗겨냈으면 바락바락 손으로 주물러 씻으면서 다 씻은 다음 손으로 북북 뜯어 줍니다.
4, 호박은 이등분해서 반달모양으로 썰고 . 홍고추는 송송
5, 메밀가루를 멸치육수를 부어서 풀어 주세요.
6, 냄비에 육수를 적당량 붓고 팔팔 끓으면, 호박부터 넣어주세요.
7, 호박이 반쯤 익으면 호박잎을 넣고 이어서 메밀가루 풀어둔 것을 살살 붓습니다.
이때 국물을 저어가며 부어주세요.
8, 불을 약불로 줄여주세요
안그럼 넘치기 쉬워요.. 메밀가루가 몽올몽올 한것도 보여요..
이건 괜찮아요.. 어머니께서는 일부러 수제비를 넣어주셨거든요
수제비로 손으로 조그맣게 뜯어 넣는게 아니라 숟가락으로 뚝뚝 뜯어 넣기 때문에 참 컸었습니다.
한번에 입속에 다 넣지 못하고 두서너번에 잘라먹었던 그 수제비는 별미중 별미였지요.
호박잎국속의 들어있던 그 수제비를 건져먹는건 가난했던 시절엔 별미였고 좋았습니다.
국만 먹이기엔 뭣하니 아예 국수제비를 만들어 주셨던거 같아요.
메밀도 금방 익으니 그리 오래 끓이지 않아도 됩니다.
송송 썬 홍고추를 넣고 마무리~~
재료가 다 익었으면 집간장반, 소금반으로 간을 맞춥니다.
9, 참 착하고 예쁘고 맛있는 국이지요?
밀가루대신 메밀을 넣은건 또 다른 요리법의 발견입니다.
부드럽고 몸에 좋고 어머니 손맛을 그리워 하다 끓여서인지 아주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비웠습니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어지러운건 마찬가지인데 그렇다고 굶으면 영영 자리에 눕게 될까봐 억지로 먹는 밥!
낯선곳에서 다시 살아가야 할 비바리의 가장 큰 에너지원 입니다.
살았던 곳에서 사무장 및 지인들께서 전화로 낯선곳에서 하룻밤 잔 소감을 여쭤 봐 주셨어요.
고마우신 분들 !
전화 끊고 저는 또 그리운 정들이 생각나 울컥하고 그랬답니다..
** 메밀의 효능 ***
비가 와서 주문한 장롱이 지연되고 있지만, 짐정리는 단시일에 되는게
아닌지라 이제 느긋한 마음으로 임할까 합니다
모두들 염려해 주신 덕분에 이사 잘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엄청 간단하고 맛있는 김국 (0) | 2008.02.13 |
---|---|
[스크랩] 따뜻한 국물이 그리운 주말요리 / 두부전골. (0) | 2008.02.13 |
[스크랩] 추석때 남은 전으로 전골 만들어 먹기 (0) | 2008.02.13 |
[스크랩] 온가족 넉넉하게 즐기는 돼지등뼈김치감자탕 (0) | 2008.02.13 |
[스크랩] 구수한 고향의 맛 청국장찌개 (0) | 2008.02.13 |